김현수 장관
김현수 장관

2021년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입니다. 풍요와 힘을 상징하는 소는 농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입니다. 농업을 근본으로 삶을 이어온 우리 국민에게 소는 농기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화가 이중섭이 그린 흰 소는 어딘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지친 우리에게 힘찬 기운을 전하는 것만 같습니다.
신축년, 흰 소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우리 국민과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 제도화’

올해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공사례를 제도화하여 지속가능한 성과로 정착시키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농정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익직불제의 지속가능성과 공익기능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도입된 공익직불제가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살펴보고 꼼꼼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아울러 공익직불제 취지에 맞게 환경·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넷제로(Net-zero)‘ 시대, 농업 생산구조 전환과 연계하여 비료·농약 사용을 줄이고, 농촌의 경관을 가꾸고 보전하는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둘째,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를 제도화하고, 디지털 유통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노지채소 최초로 마늘과 양파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자조금이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사업에 집중해온 점을 개선하여, 앞으로는 자조금이 생산자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정확한 관측 정보를 제공하여 생산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자율적인 수급조절 활동에 필요한 지원도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사전예방 중심의 가축방역 체계를 제도화하고, 축산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의 방역은 사전예방입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계기로 가축질병 발생 이전에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가축전염병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은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고 강화된 방역 시설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올해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사전 방역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차량·사람·매개체 등 농장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차단·관리해 나가겠습니다. ‘가금농장 내 차량 진입 금지’와 같이 농장의 방역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조치의 효과를 면밀히 평가하여 제도화하겠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돌봄·포용성 강화’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량과 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 현재에서부터 차근차근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겠습니다.
첫째, 농업 생산의 디지털화를 서두르겠습니다.
노동집약적인 농업 분야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 농업 인력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스마트팜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화의 흐름이 우리 농업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둘째, 깨끗하고 살기 좋은 농촌 조성을 중점 추진하겠습니다.
올해 시작하는 농촌 공간 재생사업이 변화의 신호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농촌 공간을 용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구획하여 나누고 공장·축사 등은 이전·집적화하여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쾌적한 정주공간으로 구획하고, 그곳에서는 필요한 각종 생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생활 SOC와 디지털 기반을 정비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농업·농촌의 돌봄, 포용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지역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농촌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나가겠습니다.
사회적 농장 ‘여민동락 영농조합법인’은 관내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센터와 연계하여 외부 활동이 가능한 치매 어르신들에게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과 농작업이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 하면서, 단순한 돌봄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30개소였던 사회적 농장이 14개 시도의 60개소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넷째, 식량안보를 강화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바이러스 위기’를 넘어 ‘식량 위기’가 될 것이라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많은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작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제약이 커졌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의 자급, 선진적인 시민의식, 기업들의 재고관리 등으로 큰 어려움 없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곡물이 110kg 정도 됩니다. 이 중에서 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쌀은 자급 여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밀과 콩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량이 많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의 자급률을 높이겠습니다. 밀의 경우, 국산 밀 생산단지를 확대·전문화하고, 컨설팅과 재배안내서를 보급하겠습니다. 우수한 보급종 공급 등을 통해 고품질 밀 생산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콩은 논콩 단지를 중심으로 안정적 생산기반을 확충하겠습니다.
 
전국의 농업인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고대 그리스에서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아포리아(aporia)’라고 명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는 끝도 보이지 않는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아포리아, 그 출구를 우리 농업·농촌의 오랜 가치 ‘상생(相生)’에서 찾고자 합니다.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농촌의 상생 공동체를 복원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농업 농촌의 새로운 미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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