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환경신문] 정부가 추석 대명절을 앞두고 수입산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을 두 배로 늘리며 연휴 물가를 진정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관련업계에선 시세 왜곡이라며 정부에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추경호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물가·민생 점검회의에서 다가오는 추석 연휴을 대비해 수입산 등으로 공급량을 늘려 돼지고기 시세를 잡겠다며 이같은 방침을 내놨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당초 계획한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1만5000톤 물량을 3만톤으로 두 배 확대해, 오늘부터 개시해 추석 전 공급을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돈업계에선 기재부의 이같은 구상에는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결정된 1만5000톤가량의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조차 전량 확보되지 않았는데, 정부안대로 연휴 동안 할당관세 물량이 풀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국내 유통계는 정부의 할당관세 물량과 별개로 추석 연휴 동안 공급할 (한돈) 물량이 확보된 상황인데, 추석에 제때 풀리기도 어려운 할당관세 물량 증대 방안을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정부에 따져 물으며 "추석 피크가 지나고 나서야 할당관세 물량이 풀리면 돼지고기 가격은 그야말로 바닥을 치게 된다. 시세 안정화라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 할당관세 추가 물량이 추석 연휴에 맞춰 전량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식이면 정작 추석 물가를 잡기는커녕 추석 이후 한돈시세 파동만 부추길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협회에 따르면 할당관세로 추가 물량을 풀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재 돼지고기 재고량은 충분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 돼지고기 재고량은 총 4만4000여 톤으로, 전년동기(2만9000톤) 대비 50% 수준 늘었고, 삼겹살도 동 기간 1만2000여 톤가량 확보돼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이에 협회는 정부가 할당관세 물량 추가 투입을 공표한 당일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에 이같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국내 한돈 농가들은 가뜩이나 사료가격과 인건비, 전기값 등 치솟는 생산비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는 근본 대책 없이 물가당국의 면피성 할당관세 정책으로 수입육 시장 확대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생산비도 못 건지는 돼지가격 하락 원인을 제공하고 농가 피해를 가중시키며 한돈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한돈산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할당관세 증량으로 혈세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남아도는 국내산 삼겹살을 조금이라도 더 소비 촉진시킬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한돈 농가 생존권을 파괴하고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이번 할당관세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돈업계 일각에선 추석 민심을 의식한 정부가 물가 안정 실효와는 무관하게 정략적 목적으로 할당관세 증량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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