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경. [사진=농경원 제공]

러시아가 지난달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글로벌 곡물 수급망이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우리나라도 곡물 수급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선 수입국 추가 확보 등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이하 농경연)은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곡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자료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흑해곡물협정(흑해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경로인 흑해가 봉쇄됐다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로 개방을 골자로 한 양국간 일시적 협상이다. 이후 3차에 걸쳐 해당 협정이 연장되면서 글로벌 곡물 공급망과 시세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달 4차 협상에서 돌연 흑해 봉쇄로 노선을 바꾸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정체 국면을 맞았다.      

이렇듯 그간 흑해협정은 국제 곡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다. 농경연에 따르면 러-우 전쟁 발발에 따른 곡물 공급 차질에 미국 등 주산국의 가뭄 이슈까지 더해져 국제 곡물가가 급등했지만, 흑해협정이 체결되면서 글로벌 곡물시장은 공급 차질이라는 불안요소를 덜어내며 시세도 정상궤도를 찾았다.  

그런 흑해협정이 지난달 러시아의 '변심'으로 파기됨에 따라 현재 글로벌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다만 러시아의 협상 재개 가능성과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곡물 생산성 증가 전망으로 러-우 전쟁이 발발했을 때와 같은 시세 폭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농경연은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도 흑해협정 여부에 휘둘리지 않을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흑해 지역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밀, 옥수수 수입 의존도는 18%로, 특히 식용옥수수 수입량의 50%가 흑해산이다. 다만 러-우 전쟁 초기에도 우리나라는 공급 차질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흑해 의존도가 높지만 루마니아 등 우회 수입로가 있어 공급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

결국 주요 수입국인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이 줄더라도 러시아 주변국을 통해 수급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흑해협정이 국내 곡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농경연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흑해협정 등이 국제 곡물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두루 고려하는 한편, 국제사회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특히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식용 옥수수의 경우 공급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농축환경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제 공급망이 흑해권 주요 곡물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관련협상 불발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다"면서 "당장 국내 곡물시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국제사회 동향을 각별히 예의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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