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투자에도 실효성 부족…현장선 "탁상행정" 지적

[농축환경신문] 올 9월부터 산란계(알 낳는 닭) 마리당 사육면적이 기존 0.05㎡에서 0.075㎡로 확대된다. 동물복지를 위한 정책이지만, 현장 농가에서는 "규제 탓에 시설 개선을 해도 효과가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건폐율을 40%에서 60%로, 계사 층고를 9단에서 12단으로 높여 사육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축분뇨법상 축사 증·개축은 변경신고만으로 50%까지 가능하나, 시·군 지자체가 분뇨 총량 규제를 이유로 20% 이내 증축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밝힌 것처럼 사육면적을 50% 넓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20% 늘리는 데 그쳐, 계란 생산량이 1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산란계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 대책대로라면 계란 수급 차질이 없겠지만, 현장에서는 규제에 막혀 시설 개선 효과가 반감된다"며 "계란값 불안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농가들의 고민은 투자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한 농가는 "수십억 원을 들여 축사를 현대화해도 사육밀도 규제와 분뇨 총량 규제에 막히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면적은 미미하다"며 "정책은 발표됐는데 정작 농가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농가들이 사육면적 확대에 맞춰 시설 현대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현장 규제에 막혀 추진이 어렵다"며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TF를 구성해 규제를 풀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임미애 의원은 "환경부와 협의도 없이 농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환경부와 협의체를 꾸려 규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현장 농가의 불안은 여전하다. 계란 생산이 줄면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가 동물복지와 계란값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정책이 되려면, 먼저 농가가 숨 쉴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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