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비축량 줄고 민간 매입도 점차 위축

[농축환경신문] 올해 수확된 쌀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수확기 직후인 10월 산지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하락폭이 심상찮아 농가들의 불안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20kg 산지 쌀값은 5만2387원으로, 80kg 환산 시 20만9548원이다. 이는 통계청이 앞서 지난 5일 집계한 쌀값(5만4388원, 20kg)보다 2001원(3.7%) 떨어진 수치로, 수확기의 예년 쌀 시세인 20만 원대(80kg 기준)가 무너지진 않았으나 낙폭이 커 향후 쌀 시세가 저공비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쌀 시세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매년 10월 쌀 시세는 수확기 직후인 만큼 쌀값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올해의 경우 쌀값 낙폭이 예년에 비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수확기 직후 쌀값은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 정도의 낙폭을 보였으나, 올 하반기의 경우 3.7%의 시세 하락폭을 보여 관련업계에선 '쌀값 침체'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머지않아 80kg 기준 쌀 시세가 19만 원대로 떨어지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 정부 비축미는 40만 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매입 물량이 5만 톤 수준 줄은 데다 이에 대한 정부의 시장대응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추후 쌀값이 더 추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벼 수매업계에 따르면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벼 수매에 소극적인 흐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산지 쌀값에 비해 수매가가 높은 현상이 지속되면 미곡종합처리장 등 민간 수매처의 벼 매입이 위축되고, 결국 벼 수매가 농협등 공공부문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러한 역구조가 지속되면 산지 쌀값의 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국쌀생산자협회 한 관계자는 (농축환경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의 쌀값 하락폭은 일시적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라며 "정부 비축미 물량과 민간 수매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쌀값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쌀협회 등 농가를 중심으로 정부가 쌀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한다. 전북 익산의 한 벼농사 사업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쌀값이 보통 수확기 이후에 빠지는 경향이 있긴 하더라도, 지금의 쌀값 하락폭은 분명 심상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럴 때 정부가 적극 나서서 쌀값이 추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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