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 '시설개선비, 생산성 감소, 소득보전 난망'에 우려 깊어

다가오는 2025년 9월부로 산란계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이 현행보다 50% 규모 확대된다. 이로써 양계장의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줄어들게 되고, 계란 생산량도 덩달아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양계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오는 2025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사육면적 확대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찮은 데다, 사육량 감소에 따른 계란값 인상 여파를 정부가 수입산 계란으로 시장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제도 변화에 따른 소득 공백마저 보전받기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축산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은 마리당 기존 0.05㎡에서 0.075㎡로 1.5배가량 확대됐다. 따라서 산란계 농가들은 오는 2025년 8월까지 양계장을 법정 기준에 맞게 전면 리모델링해야 한다. 산란계 한 마리당 사육 케이지를 넓혀야 하는 만큼, 양계장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시설개선 비용이 소요되는 등 농가 입장에선 반대급부가 큰 실정이다.
관련업계에서도 사육면적 확대로 인해 양계장별 사육 마릿수가 최대 40% 이상 감소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한산란계협회는 현행법상 1000㎡당 산란계 2만 마리를 사육할 수 있다면, 사육면적 확대가 시행되면 동일 면적당 사육량은 기존보다 약 33%(7000마리) 줄은 1만3000마리로 줄게 된다고 개정법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산란계협회 고위 관계자는 <농축환경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제는 사육면적 확대로 인한 생산성 감소라는 1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내년 8월까지 비용 부족 등으로 시설을 개선하지 못한 영세 농장은 결국 폐업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유예기간을 줬다고는 하지만, 가까운 일본도 우리나라 현행법보다 낮은 사육면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대로 농가의 실정을 배제한 채 제도 개편을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경기 파주 소재의 한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업주 A씨도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을 늘리면 계란 출하량이 줄어들고 시세가 폭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가 이를 가만히 두겠느냐"라며 "결국 일본 등 수입산으로 시세를 안정시키려 들텐데, 그러면 시설 개선 비용에 생산성 감소에 따른 (양계 농가의) 수익 악화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산란계협회에 따르면 사육면적 확대령이 시행될 경우 1일 계란 생산량은 4500만 개에서 40% 수준 감소한 2700만 개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 경우 동반될 계란값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선 정부가 연간 4조4000여억 원의 국고를 계란 수입 등에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리나라 개정법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해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계란 수입에도 허들이 엄존한다는 지적이다. 계란 주 수입국인 일본의 경우 사육면적 기준이 우리나라 현행법보다 규제가 느슨한 0.045㎡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개정법 시행 후 수입산 계란을 저렴한 시세에 수입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이와 관련, "공급량 부족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계란을 수입하게 된다면 마리당 사육기준이 0.075㎡ 이상인 국가에서 수입해야 한다"며 "난각표시제도 국내산과 동일하게 시행하는 국가의 계란을 수입해야만 국내 산란계 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 산란 농가를 대변하고 있는 산란계협회는 올 연말까지 산란계 사육면적 상향조정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외 선진국 사례와 사육면적 상향에 따른 여파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양계 농가의 자구책 마련과 대정부 설득 논리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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