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저공비행 속 치솟은 생산비에 허덕이는 영세 농가들 "울고 싶다"

김필 기자

kimpill@daum.net | 2023-10-05 16:10:26

쌀 생산비 전년대비 7.8% 증가한 85만4천 원

[농축환경신문] 최근 쌀 시세가 저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농가의 쌀 생산비는 치솟고 있어 영세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도 풀뿌리 농가의 사업 영위 실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쌀 생산비 평균은 10a(아르)당 85만4천 원으로, 전년(79만2천 원) 대비 7.8% 늘었다.

특히 경작면적으로 치환하면 1ha 미만 소농의 경우 쌀 생산비가 108만2천 원으로, 전국 생산비 평균보다 26.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보유 경작지 면적이 5ha 이상인 대농의 평균 생산비인 76만3천 원보다 무려 41.8%나 높은 수치로, 영세 농민들의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량농지와 각종 영농기계를 보유한 중상위 농가의 경우 종묘, 비료, 인건비 등 직접생산에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영세 농가의 경우 이러한 제반 인프라 격차에서 오는 재정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농의 경우 쌀 시세나 물가 변동에 더욱 취약한 여건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신정훈 의원실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농의 직접생산비는 82만7천 원으로, 이는 전체 쌀 생산비(108만2천 원)의 76.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반면 대농의 직접생산비는 45만8천 원으로 전체 생산비(76만3천 원)의 60%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수확기 쌀값 폭락도 소농에게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전임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쌀값은 기존 21만 원대에서 18만 원대로 13% 수준 폭락했다. 이 때문에 벼농가 소득도 동기간 연 3527만 원에서 3156만 원으로 10.5%가량 줄었다. 이렇다 보니 생산비는 늘고 소득은 줄어 상대적으로 농작 인프라가 부족한 소농에겐 치명적인 상황이다.

전북 군산 소재의 한 영세 벼농가는 "가뜩이나 쌀값 파동 때문에 힘든데 기회비용까지 커지니까 우리 같은 소농들은 발뻗을 공간이 없다"라며 "영세 농가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비 지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쌀값이라도 안정적으로 잡아줬으면 한다"고 정부를 향해 성토했다.

그러면서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정부가 풀뿌리 벼농가들의 고충을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도 없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정훈 의원도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쌀의 비중이 큰 만큼, 쌀값 폭락은 농촌과 지역경제를 휘청이게 한다"라며 "되풀이되는 폭락 사태를 끊을 양곡관리법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절실하다"고 짚었다.

이어 "비료비 등 직접생산비 부담이 소농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요요수' 대란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삭감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예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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