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논의, 14년째 공전...업계 찬반 극명
김필 기자
kimpill@daum.net | 2023-09-21 13:18:47
법제화 추진했던 농식품부도 업계 반발에 반대 입장으로 선회
[농축환경신문] 농어업계 대의기구인 농어업회의소를 법제화하자는 취지의 농어업회의소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농업계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농어업회의소가 법정 대의기구로 인정될 경우 관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분출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이러한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 국회 법안 처리에 유보적인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발의된 농어업회의소 관련법 총 7건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다.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유관업계와 정부부처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농어업회의소법은 당초 농어업계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경재계의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은 성격의 법정 대의기구를 출범시키자는 취지로 20~21대 국회에서 총 7건에 걸쳐 입법발의된 바 있다.
관련법안은 20대 국회에서 1건, 21대 국회에서 6건 등으로 총 7건이 발의된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 법안 처리로 농어업회의소가 법제화되더라도 재정 자립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결국 기본 취지에 어긋난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업계 지적이 나오면서, 이달 정기국회까지 관련법안들이 모두 계류된 상태다.
반면 법제화를 찬성하는 쪽에선 농어업회의소의 관변화 우려는 타 분야의 부정 사례에 매몰된 일반화의 오류라며 업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회의소에 법적 위상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청회 당일에도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놓고 찬반 격론이 일었다.
농어업회의소법 처리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회의소의 재정자립도가 담보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관변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 지자체장이 교체될 때마다 사업추진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라며 "기존 농민단체와 기능과 업무가 중복되고,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농민단체와 회의소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에 김대헌 농어업회의소 전국회의 사무총장은 "일부 지역에서 안 좋은 사례가 있었지만, 다수의 회의소는 지역 농민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며 "농어업회의소라는 공적 기구에 법적인 위상을 부여하는 것이 관변화를 탈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농어업)회의소는 전체 농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 대등하게 참여하는 농정기구"라며 "옥상옥은 회의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관할 정부부처인 농식품부가 관련법에 회의적이라는 점도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농식품부는 당초 2021년 농어업회의소법 법제화 추진에 앞장섰으나, 최근 농업인 단체 반발 등을 의식해 관련법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스탠스를 바꿨다.
이와 관련, 이상만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농민단체 간 갈등 문제도 있고,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농어업회의소법에 반대한다"라며 "대다수 농민단체들도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10년 처음 도입된 농어업회의소는 지난 14년 동안 법제화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 재확인됐듯이 업계 찬반 여론이 극명하다 보니, 국회나 정부가 적극 개입하기엔 사안이 민감한 탓이다. 농어업회의소는 현재 전국 총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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