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염·태풍 3연타에 과수원 낙과 피해 속출...재해보험은 '유명무실'
김필 기자
jdh20841@daum.net | 2023-08-30 15:59:18
재해보험 지급기준, 평년 시세 적용에 자부담률 20%까지 '부실'
농민들 "천재지변에 속절 없이 피해 입었어도 보전 난망" 한탄
[농축환경신문] 전국적인 집중호우, 폭염, 태풍 3연타에 국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었던 경북 과수원 사업주들 사이에서도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농장주들로선 당장 태풍 피해를 수습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난망한 상황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천재지변이 전국의 농가를 휩쓸었음에도 정작 현행 농산물재해보험 규정은 사각지대가 커 피해를 본 농민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에 따른 도내 사과 낙과 피해 면적은 지난 11일 기준 375㏊(낙과 352㏊, 침수 23㏊)로 잠정 집계됐다. 이후 폭우가 지속된 만큼, 경북 도내 과수원 등 농가의 낙과 및 침수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태풍으로 55ha에 이르는 낙과 피해를 본 영주시 소재의 사과 농장주들은 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9월 추석 대명절을 전후해 대규모 출하가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태풍 피해에 무용지물이 됐다.
영주시 부안군의 사과 농장주 A씨는 <농축환경신문>과의 취재에서 "올 추석이 연중 대목인 기간인데, 태풍에 죄다 낙과해 허탈하기 그지없다"라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봤는데도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이 부실해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험 약관상 (낙과) 피해를 입어도 평년 시세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손실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며 "농작물 시세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물가 변동분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 평균 시세로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 내 과수원을 운영 중인 농민 B씨는 "아오리 사과 품종은 올 여름에 한 박스(20kg)당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3만 원까지 거래가가 잡혔다"라며 "그런데 보험 지급기준은 평년 시세로 따지기 때문에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재해보험 자부담률에 대해서도 "20% 자부담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자부담률 책정도 피해 지역이 아닌 농장 전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자비 부담이 크다"고 현행 보험 기준의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북 영주 지방의회 소속 한 시의원도 "재난보험 약관상 보험금 지급기준에 사각지대가 많다"라며 "천재지변이 생겨도 농민들은 피해 복구 등에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보험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역 농민들의 하소연이 높다"고 현행 보험의 시세 적용 및 자부담률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철우 경북도는 대구경북능금농협과 함께 20억 원을 투입해 태풍 등으로 낙과 피해가 발생한 농가의 사과를 전량 긴급 수매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내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20kg 사과 한 박스당 1만 원에 수매할 예정이며, 물량은 4천 톤(t)가량이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지사는 "연이은 기상재해로 도내 농업인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번 태풍 피해로 과수 농가가 상실감과 허탈감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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