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별 풍미를 음미하는 ‘한우 테루아(Terroir)’ 관심
정영란 기자
yungran528@hanmail.net | 2026-09-16 10:26:33
탄탄한 육질과 진한 육향 ‘칡소’,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 ‘제주흑우’ 등 품종별 매력 소개
[농축환경신문] 와인을 즐길 때 포도 품종뿐 아니라 자란 지역의 기후와 토양, 재배환경까지 살펴보듯 최근 미식에서도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에 주목하는 ‘테루아(Terroir)’ 개념이 관심을 받고 있다. 테루아는 특정 지역의 기후·토양·지형 등 자연환경과 품종, 생산방식 등이 어우러져 식재료 고유의 특성과 풍미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우 역시 단순히 등급이나 마블링만으로 맛을 판단하기보다 품종의 유전적 특성에 지역의 기후와 사육환경, 사료·사양방식 등이 더해져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황우 중심으로 알려진 한우에는 칡소와 제주흑우 등 고유한 품종이 존재하며, 각각의 품종이 가진 외형과 역사, 육질과 풍미는 한우의 미식적 가치를 더욱 다채롭게 한다.
이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 이하 한우자조금)는 ‘한우 테루아’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한우의 품종과 생산환경에 따른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고, 한우를 즐기는 경험을 품종과 지역, 풍미를 함께 살펴보는 미식 문화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검은 줄무늬와 탄탄한 육질이 특징인 우리 고유 품종 ‘칡소’
호랑이 무늬를 닮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 세로줄무늬가 특징인 ‘칡소(호반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 소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보존·개량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희소 품종으로, 독특한 외관과 품종적 가치뿐 아니라 고기 자체의 특성에서도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
칡소는 근내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탄탄한 식감이 특징이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에서 맛에 영향을 주는 유리아미노산 가운데 단맛과 관련된 성분이 높게 나타났고, 구운 고기향을 내는 피라진류도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칡소는 풍부한 지방감에서 오는 고소함보다는 살코기 본연의 풍미와 탄탄한 식감, 씹을수록 살아나는 고기향을 즐기는 미식 경험으로 소개할 수 있다. 품종의 희소성과 독특한 외관에 더해 고기 특성까지 알려지면서, 한우의 맛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품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제주 고유의 품종, 맑고 부드러운 풍미 ‘제주흑우’
‘제주흑우’는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보존·증식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 소로, 조선왕조실록과 탐라순력도 등 옛 문헌에 제향 및 진상품으로 활용된 기록이 있을 만큼 역사성과 고유성이 높은 품종이다.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도 유전적 가치 보존과 안정적인 증식을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흑우는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과 지역적 상징성, 희소성이 결합된 품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다. 최근에는 제주 중산간 지역 초지에서 번식우를 방목하며 사육·관리 특성을 조사하는 등 제주 지역 여건에 맞는 보존·증식 기반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제주흑우의 매력은 부드러운 식감과 깔끔한 육향, 맑은 육즙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품종 고유의 특성과 제주라는 지역적 스토리가 어우러져 한우를 바라보는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희소한 고유 품종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한우 소비를 넘어 ‘제주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한우’라는 차별화된 미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
▲ 전국에서 만나는 대표 품종, ‘황우’
한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황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육되는 대표적인 한우다.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품종이지만, 황우 역시 하나의 맛으로 규정하기보다 자란 지역의 기후와 환경, 사료와 사양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우 테루아’의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사육되는 황우는 지역마다 기후와 사육환경, 사료 및 사양관리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환경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 한우의 부위와 등급, 숙성 및 조리 방식까지 더해지면 소비자가 경험하는 풍미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따라서 황우는 ‘익숙한 한우’에서 나아가 지역과 생산환경에 따라 다양한 맛을 발견할 수 있는 한우의 대표 품종으로 그 가치를 확장해 볼 수 있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비채나’의 전광식 셰프는 “와인을 품종과 테루아에 따라 즐기듯 한우 역시 품종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자란 지역의 기후와 환경, 사육방식 등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식재료”라며, “칡소의 탄탄한 식감과 진한 육향, 제주흑우의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처럼 품종별 특성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해진다면 한우를 즐기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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