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촌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인력이 부족해 농사일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으며, 그나마 대부분은 외국인이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식량안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자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해외 노동자 수급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농축산 노동 인력을 공급하던 동남아 국가는 식량 수출 제한 조치와 함께 해외노동자 출국 금지로 사실상 글로벌 식량 전쟁의 서막을 알린 상태다.
실제로 올해 화훼농가는 졸업·입학식 등 각종 행사 취소로 1차 타격을 받았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 납품 일정에 맞춰 채소·과일을 계약재배한 농가도 피해를 봤다. 저장성이 낮은 채소는 납품 시기를 놓쳐 전량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학교급식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친환경농산물과 달걀·우유 등 축산물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곡물 수급 체계를 우려하는 농업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식량안보 차원의 국가적 장기 수급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5대 식량 수입국가인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세계 식량 위기가 닥치면 무릎을 굽힐 수밖에 없다. 주식인 쌀은 자급이 가능하지만,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옥수수, 콩, 밀과 같은 곡물 자급률은 낮아도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농업의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면 안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늘 마시는 공기나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량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국가 간 식량의 수출·입이 제한될 경우에는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사재기와 가격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는 국가 존립에 가장 중요한 식량안보, 환경 보전, 농촌 경관. 농촌 활력, 전통문화 유지와 함께 엄청난 유·무형 가치가 들어있다. 농업은 안정적인 식량 보장, 지역·국민 산업의 기반,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에 따른 국민 삶의 질 향상, 가계 지출 감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농업은 단순히 농사짓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임을 깊이 인식하고, 그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요즘이다.

강정호
본지 사장·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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