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농업에서는 ‘스마트 팜’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 팜은 각종 자동화 기기와 로봇에 사물인터넷(IoT)과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고,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면서 우리가 상상한 계획을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스마트 팜은 농업의 근본적인 생산체계를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농업은 토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으로, 생산량과 경제성은 기술보다는 경지면적에 더 크게 좌우되었다. 농업은 경지면적당 낮은 수익을 가지는 산업이었다. 이런 제약조건 때문에 우리 농업은 빠른 기술 발전에도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더 축소되고, 정밀농업이 일반화되더라도 식량 작물 등 일부 품목에서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설재배와 스마트 팜의 결합은 새로운 생산 혁명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설재배는 기후가 강제하는 조건을 뛰어넘게 했고, 수경재배 기술은 토양의 생산성에 더 이상 기대지 않게 했다. ICT, 농업용 로봇, 인공지능의 결합은 토지 및 기후의 제약조건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시장의 상황에 맞추어 생육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게 돼, 바야흐로 농업(최소한 과채류)은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 농업을 침체시킨 환경적 제약조건을 극복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은 농업이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미 스마트 팜을 주력으로 하는 농기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그만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이루어 낼 게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전설적인 월가의 투자가 짐 로저스의 기대처럼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것은 이런 혁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가지 문제는 남는다. 바로 규모의 경제다. 2015년 우리나라는 61억 달러의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301억 달러를 수입해, 무역적자가 무려 240억 달러에 달한다.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체 농업 GDP의 73% 정도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은 농업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1/3이 더 줄어들어, 설사 스마트 팜 기술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시장구조로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에 새로운 접근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농업 기술의 수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농기계, 농자재, 종자 등 기술집약적인 상품을 국가별 환경에 적합한지 테스트하고 현지인 대상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이 아니라 농업기술과 자재 등 농업생산에 필요한 기본 요소를 공급한다.
이 사업의 의미는 국내 시장 중심으로 한정 짓던 농업 가치 사슬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한 것이다. 수세적인 농업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인식을 전환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고, 결국 스마트 팜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토지 면적이 제한 인자로 작용하지 않는다.
미래의 농업은 점점 더 기술과 시장이 주도해, 글로벌 생산 정보와 국가별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 그 시설과 자재, 농업 분야에서는 종자, 생산 정보와 수요 예측은 우리 농업이 글로벌 경영을 해나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 및 R&D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기술은 쉬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분권화, 자율성과 다양성, 수평적 연대와 협업, 단순한 노동의 종말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어 갈 때쯤이면 앨빈 토플러가 그려왔던 “인공위성을 가진 간디”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을 보면서 미래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그려지는가? 그 결과가 어떻든 침체된 우리 농업은 다시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다.

강정호 본지 발행인
강정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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